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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시설중심의 아동복지법 개선을 넘어 사각지대 없는 자립지원 마련을 촉구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2월 9일 시행),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종료된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지원되는 자립수당 등의 자립지원 정책 대상자가 기존 18세에서 15세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다가 18세 이전 아동복지법 외 다른 법률상의 시설(청소년쉼터, 청소년자립생활관,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장애인거주시설 등)에 재입소되어 자립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보호종료아동까지 지원 대상으로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통해 아동보호체계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러나 가정위탁이 활성화되지 않은 지금의 사회에서 자립지원을 받기 위해 아동·청소년이 아동복지법에서 규정한 시설에서 살았어야 한다는 점, 15세 이후 퇴소한 아동·청소년이 다른 법률상의 시설로 이동한 경우를 전제로 자립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시설중심의 정책으로 보여진다. 그동안 아동보호체계가 잃어버려왔던 시설 밖에서 살아가는 아동·청소년은 계속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며 아동·청소년을 어떤 형태로든 시설에 거주하게 만든다. 탈시설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국·내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국가는 아동·청소년의 시설수용이라는 반인권적인 체계를 유지시키려는 것처럼 보인다.

15세 이후 보호종료되어도 18세가 될 때까지 각자도생 자립지원 정책 대상이 18세 이후 보호종료에서 15세로 확대되었지만, 지금 지원 정책상으로는 15세 이후 보호종료자는 18세가 될 때까지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다. 15세 이후 보호종료자는 18세가 된 때로부터 5년간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아동·청소년이 15세 이후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종료가 된 이후 당연히 다른 시설로의 입소만을 상상하였겠지만 이는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집이 아닌 시설에서 더 이상 버티며 살 수 없어 탈시설하여 각자도생으로 생존해가고 있는 아동·청소년이 이 사회에 너무도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설로 가지 않는 아동·청소년은 3년을 그냥 버티란 말인가. 이처럼 정책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아동·청소년은 보호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정책기조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 ‘보호아동 탈시설로드맵 마련’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취업하고 대학가야지만 자립지원 미리 받을 수 있는 아이러니 이번 개정안에 의하면 15세 이후 보호종료아동 중 아동복지법 외 다른 법률상의 시설 입소가 아닌 경우 ‘조기취업·대학진학’의 사유라면 자립지원이 가능하다. 국가가 ‘자립할 수 있는 자’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 사회는 대학이라는 학력을 취득해야지만 비로소 자립이 가능한 상태이고, 학력을 쌓아가는 과정이어야만 마땅히 자립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조기취업의 경우도 많은 의문을 낳는다. 아동·청소년이 불안정하고 취약한 노동현장에 놓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어떤 일자리까지를 조기취업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개별 심의를 거친 이후 지원대상이 정해진다면 해당 심의위원회마다 격차가 발생할 것이고 배제되는 이들이 존재할 것은 당연히 예측 가능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단 한 명의 아동·청소년도 배제되지 않는 탈시설로의 제도 마련하라 아동양육시설에서 중도퇴소한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이들이 자립준비청년의 지원대상으로 포괄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번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추진되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여전히 시설에서 살지 않으면 지원체계에서 미끄러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세팅되어 있어 시설 밖에 있는 아동·청소년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도퇴소아동을 모두 보호하여 정책 대상에 포괄하겠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국가는 아동·청소년에게 시설에서 살아남으라는 폭력적인 강요를 멈추고 탈시설을 위한 세밀한 지원정책으로의 제도개선을 마련해야 한다.

2024년 3월 13일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