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원 확충과 근본적 문제해결 촉구_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hwp.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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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이 된 이들의 연이은 죽음을 마주하며

: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지원 확충과 근본적 문제해결 촉구

우리는 무관심하고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또다시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삶에 대한 불안과 우리사회의 불평등이 청소년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 18일에 ‘보호 종료’를 앞둔 청년이 자신이 다니던 대학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일주일도 안된 24일 보육원을 퇴소한 또 다른 청년이 삶의 어려움을 호소하다 사망했다. 보육원에서 나와 자립준비청년이 된 이들의 연이은 죽음은 한국 사회의 아동양육지원체계 확충에 대한 무관심, 시설중심의 정책 설계, 그리고 ‘정상가족’에 대한 신화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며 ‘돌봄/보호’를 사적영역으로만 미뤄온 우리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과거 대형 아동양육시설이 생겨난 이후부터 현재까지 아동·청소년의 삶을 대하는 우리사회의 태도는 거의 변한 게 없다. 여전히 국가와 사회는 아동·청소년의 돌봄/보호를 가족 내에서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보며, ‘위기’상황만 해소하는데 급급했다. 이 속에는 아동·청소년의 삶에 대한 고민도, 존엄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의 존중도 보이지 않는다.

당사자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손쉽게 시설에 보내진 아동·청소년은 시설이 가지는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낙인 속에 놓인다. 다수가 공동으로 생활하며, 나의 몫을 찾을 수 없는 시설은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공간이지 ‘나의 집’, ‘나의 터전’이 될 수 없다. 또한, 사회적 편견 속, 시설에 산다는 건 언제나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그래서 ‘거짓말 인생’(2020,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청소년주거경험 인터뷰)이 되게 만든다.

최근 보호종료아동의 시설 퇴소 이후 마주하는 삶의 어려움이 주목되면서 시설 퇴소 시점을 18세에서 24세로 늦출 수 있도록 했다. 자립정착금 확충, 자립전담기관 설치 등 지원방안에 대한 추가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시설 퇴소 이후의 삶을 고민하고 지원하려는 정책은 매우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인 시설중심 정책과 자립한 삶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퇴소 연령을 늦춘다고, 돈만 많이 준다고 ‘자립’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온전히 ‘홀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주변에 가족, 친구들, 지역사회에서 서로의 곁이 되어주며 함께 기대어 살아간다. 아주 소소한 일상적 일부터 무겁고, 복잡한 어려움까지 다양한 일들을 해결해 나갈 때 함께 머리를 맞대주고, 지지해 주는 ‘곁’이 필요하다.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되고 배제된 공간인 시설은 이러한 관계망과 지지체계를 만들기 어렵게 한다. 18세, 24세가 되어 시설 밖으로 나선다고 갑작스럽게 그런 관계망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관계망 없이 시설을 퇴소한 이들은 ‘홀로’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혼자의 책임과 부담으로 모든 일을 잘해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인해 이들에게 모든 것들이 너무도 무겁고 외로운 생존을 위한 투쟁과 같은 시간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